6월 8일 업데이트됨



*'짧은 관찰기' 시리즈에서는 자생지에서 촬영한 식물의 사진과 함께 해당 식물의 식물사회학적 특징을 소개합니다. 이에 기반하여 해당 식물을 외부공간에 적용한 사례를 함께 소개합니다. 개미자리에 대한 식물학적, 식물사회학적 정보는 김종원 교수의 「한국식물생태보감 1권」에서 참조하였습니다.



2021년 5월 5일 오전 8시, 강남구 개포동 1247-4에 위치한 건물 주차장에서 촬영한 개미자리의 모습. 콘크리트 담의 바로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발에 덜 채이기 때문에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다.
위와 동일한 장소, 동일한 시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개미자리는 흙이 거의 없어보이는 곳이더라도 잘 살아간다(믿기지 않게도!). 그래서 개미자리는 도시생태계의 생물학적 사막을 가늠하는 진단종이라고 한다.

위와 동일한 장소, 동일한 시간대에 발견한 은이끼(추정)와 개미자리 유묘. 개미자리는 도시의 온갖 틈새에서 종종 은이끼와 함께 발견된다. 이러한 식물사회를 개미자리-은이끼 군집이라고 한다. 은이끼가 선구자로서 개척한 곳에 뒤따라서 개미자리가 들어선다고 한다.

김종원 교수는 개미자리-은이끼 군집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새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틈바구니가 있다면, 그 곳은 화산폭발로 새롭게 만들어진 용암바위보다 더욱 험악한 환경이다. 아무 것도 없고, 쉽게 생명이 깃들지 못하는 황무지다. 한 줌의 흙도 없으며, 생명의 징후를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그러나 아파트 입주민의 신발창에 묻어온 흙 알갱이와 먼지는 콘크리트 틈새를 메우고도 남는다. 그렇게 옮겨온 흙을 환산해 보면, 낙동강 물막이 공사로 한 달 동안 실어나는 대형 덤프트럭의 흙더미보다 많은 양이다. 틈바구니를 메우고도 남는다. 은이끼가 정착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흙 속 자양분 또한 풍요롭다.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묻혀온 흙이란 것은 질소와 인이 풍부한 부영양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드물게 음식찌꺼기 같은 유기물로 범벅이 된 흙을 뒤집어 쓰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면 은이끼는 단숨에 시멘트 틈새를 가득 채우는 군락을 만들게 된다. 은이끼 양탄자가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개미자리가 자리를 잡는다. 간혹 질경이나 새포아풀이 비집고 들어오지만 틈새가 너무 좁아 개미자리 이외는 살기가 어렵다.'



2021년 5월 15일 오전 11시 대치동949-7. 개미자리가 괭이밥, 새포아풀과 함께 자라고 있다. 털 같은 것은 대부분 양버즘나무의 씨앗.

2021년 5월 17일 오후 삼성동 어딘가. 애기땅빈대(사진 중앙, 대생하는 잎을 가진 식물)와 개미자리, 은이끼가 자라고 있다. 애기땅빈대는 북미에서 온 신귀화식물로 도시의 교란된 서식처에서도 잘 자란다.


2021년 5월 18일 오후 2시. 하얗고 작은 꽃이 핀다. 꽃은 봄에 피기 시작해 여름까지 이어진다.


개미자리와 개미. 김종원 박사에 따르면 개미자리의 종자는 고단위 식물성 단백질을 제공하는 에너지 원천으로 블록 틈에서 사는 개미들은 개미자리의 열매를 수확하러 다닌다고 한다.



서울식물원의 한 정원에 개미자리를 적용한 모습. 개미자리는 정원식물로서도 아주 든든한 식물이다. 한 자리에서 오랜 기간 동안 작고 하얀 꽃을 피운다. 과습이 되지 않게 주의하도록 한다.


토끼풀과 개미자리.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런 관계에서 번식력이 강한 토끼풀에 개미자리는 곧 정복당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선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개미자리와 토끼풀 사이 굵은마사가 뿌려진 곳은 그 밑으로 쇄석이 20cm 정도 포설된 배수로로 비가 올때만 간혹 물이 차는 곳이다. 흙이 거의 없는 이러한 곳은 다른 식물들에게는 극한의 환경이지만 개미자리에게는 최적의 입지다. 그래서 어쩌면, 이 둘은 생각보다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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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ping into the Cyanotype world


Note: 이 글은 2021.02.08 월요일 아침에 진행한 MMS 에 대한 (때늦은) 기록, 요약 및 보완이다.


윤병두


04.15 한가로운 오후 사무실. Cyanotype on paper(19 x 25.5cm). 4월 19일 오후 12시 40분부터 약 5분간 노출.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Cyanotype*은 생소하지만 청사진(혹은 Blueprint)은 익숙하게 들릴 것이다. 청사진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계획이나 구상'으로 풀이되는데 그 어원은 실제 건축 도면 등을 복사하던 방법에 있다. 청사진법(cyanotype or blueprint)은 현대의 복사기와 같은 장비가 없던 19세기에 John Herschel에 의해 고안된 인화법이다. 당시에는 사진의 선구자들 사이에서 이미지를 보다 완벽하게 기록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많은 방법들이 실험되고 버려졌는데 과정이 너무 느리거나 비용이 많이 들거나 혹은 위험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청사진법은 그중에서 쉽고 빠르며 무엇보다 저렴하게 인화가 가능한 방법이었지만 결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 전체가 푸른색이었기 때문에 보다 완벽한 흑백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했던 당시 대부분의 사진가들 사이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점들로 인해 Cyanotype은 건축 등의 도면을 복제하는데 쓰이다가 현대에 와서는 일부 예술가들에 의해 사용되는 등 그 쓰임을 달리하며 명맥을 유지해왔다. 영국의 식물학자이자 사진가인 Anna Atkins는 그녀가 수집하거나 다른 아마추어 과학자들에게 받은 해조류 연구 표본들을 Cyanotype으로 만들어서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Anna Atkins의 Photographs of British Algae: Cyanotype Impressions 중 일부. 현재는 뉴욕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

보관되어 있다. Image source: https://www.ai-ap.com/publications/article/24453/anna-atkins-cyanotypes-at-nypl.html



간략한 역사를 살펴보았으니 본격적으로 Cyanotype을 어떻게 만드는지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기본적인 원리는 특정 용액을 종이에 발라 빛에 노출시켜 일어나는 산화 반응을 통해 이미지를 얻는 것이다. 여기서 특정 용액의 화학식이 뭐고 어떻게 빛에 반응하는지 등의 설명은 아무도 관심이 없을 듯하니 그만두고 간단한 다이어그램으로 대체하겠다. (구글에 검색하면 설명이 잘 나와있고 필자가 글을 쓰는데 참고한 서적을 기재해 놓을 테니 찾아봐도 좋지만 번역본이 없는 영문이라는 건 함정)


빛에 노출된 부분은 산화반응을 일으켜 푸른색으로 변하고 물체의 그림자가 진 부분은 하얗게 남는다.



아마 위 이미지들을 보고 매료된 여러분은 어서 빨리 Cyanotype을 만들어보고 싶을 것이다. 과정이 생각보다 간단하고 재료도 매우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 자 여기 네이버 쇼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 있다.



첫 번째로 용액 키트. 네이버 쇼핑 검색 당시 17,000원에 구매 가능했다(21년 5월 10일 기준). 꼭 상단의 이미지와 똑같은 키트를 살 필요는 없다. 저 키트는 해외 직구를 해야 하는데 배송비가 더 비싸서 약 5-7만 원가량 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용액은 어차피 다 똑같으니 흰색 통에 들어있는 17,000원짜리를 구매하자. 두 번째로 용액을 바를 수 있는 브러시가 필요한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아무 브러시나 상관없다. 폼 브러시여도 괜찮고 일반 붓이라도 괜찮다. 다만 목이나 손잡이가 금속으로 된 것들은 용액과 반응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마지막으로 용액을 바를 종이가 필요한데 일반 스케치 노트부터 고급 수채화 종이까지 정말 다양하게(본인이 원하는 대로) 사용하면 된다.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가격이 저렴한 스케치북 등으로 연습을 해보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두께감이 있는 수채화 종이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재료를 구비한 여러분은 이제 Cyanotype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게 됐다. 먼저 각자 구입한 용액 키트를 꺼내보자. 각각 A 타입, B 타입이라고 적힌 용기 2개가 있을 텐데 액체가 들어있을 것 같이 생겼지만 사실은 안에 가루밖에 없다. 물을 각각의 용기에 채워주고 내용물이 잘 섞이도록 흔들어주자(가득 채우면 잘 안 섞일 수 있으니 95% 정도만 채우자). 이 상태에서 24시간 동안 숙성 시켜 놓는 것이 좋다고 설명에 나와있을 것이다. 대충 24시간이 지났다고 하고 준비했던 종이에 용액을 바를 차례가 되었다. 먼저 두 가지 용액을 1:1 비율로 섞을 수 있는 컨테이너가 필요한데 쓰지 않는 적당한 크기의 용기 아무거나 가져오면 된다(다만, 금속제는 용액과 반응할 수 있으니 플라스틱 등이 좋겠다). 필자가 사용해본 결과 용액 키트 뚜껑에 한번 가득 채워서 섞은 양으로 A4 크기의 종이 4~5개 정도 바를 수 있었으니 참고해서 양을 조절하길 바란다.



주의! 용액을 종이에 바르는 작업 시 강한 햇빛에 직접 노출되면 안 되므로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실내에서 하는 것을 권장한다

UV light에도 반응을 할 수 있으니 약한 전등 밑 혹은 어두운 환경에서 작업을 하는 게 제일 좋다


2월 8일 진행한 MMS 당시 사진. 종이에 용액을 바르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바를 때의 용액은 노란색과 연두색 사이 어딘가의 색을 발한다.



1. 코팅

브러시 에 용액을 묻혀 슥슥싹싹 빠르게 종이에 발라주자. 주의해야 할 점은 종이의 모든 면에 골고루 얇게 펴 발라야 한다는 것이다. 종이가 용액을 흡수하면 휘기 시작하는데 이때 제대로 펴 바르지 않으면 용액이 흐르면서 종이 끝부분에 뭉치거나 자국을 남길 수 있다(그런 효과를 일부러 주고 싶으면 놔두어도 괜찮다). 브러시를 사용하지 않고 종이를 용액이 담긴 컨테이너에 넣고 적셔서 코팅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균일하게 코팅이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종이 앞뒤로 코팅이 되기 때문에 용액을 많이 쓰게 된다.



2. 건조

종이가 코팅이 되면 건조를 시켜야 하는데 햇빛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반응을 하기 때문에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암실에서 건조해야 한다. 빛을 차단할 수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검은 비닐봉지에 넣거나 서랍 같은 곳에 넣어 말려도 괜찮다. 건조되기까지 기다리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한 가지 팁은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필자도 기다리기 귀찮아서 그냥 헤어드라이기로 말려서 사용해봤는데 결과물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다만 강한 바람으로 종이 위에 용액이 흐르는 자국이 남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서 말리자. 다 말린 종이는 보통 노란색이 살짝 섞인 녹색 빛이 돈다. 건조한 종이를 바로 쓸 필요는 없다. 서랍에 보관해 두었다가 일주일 뒤에 써도 되고 두 달 뒤에 써도 되지만 그 사이에 산화 반응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최적의 결과를 얻고자 하면 바로 사용하는 게 좋다.



3. 노출

사실 가장 중요한 재료를 소개하는 것을 깜빡했다. 바로 종이를 빛에 노출시킬 때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물체이다. 결국에는 그림자가 이미지를 만들기 때문에 어떤 재료를 쓸 것인지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Anna Atkins처럼 식물이 될 수도 있고 집에 돌아다니는 아무 물건이 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가져와서 다 해보길 권장한다. 그래야 어떤 물체가 어떻게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빛을 얼마만큼 통과시키는지 실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최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휴지를 추천한다. 의외로 휴지가 정말 예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그 사이에 건조가 다 된 종이는 이제 아름다운 Cyanotype을 만들 준비가 된 것 같다. 어느 화창한 날, 그림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물체와 잔뜩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있는 종이를 검은 비닐봉지 넣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자.


2월 8일 진행한 MMS 당시 사진. 정말 여러가지 재료가 될 수 있다. 맨 오른쪽은 귤 껍질이다.


빛이 실내로 강하게 들어온다면 나가지 않아도 괜찮지만 확실하게 선명한 이미지를 얻고 싶으면 햇빛을 직접 받는 것이 좋다. 보통 화창한 날 12시~3시 사이의 강한 햇빛을 추천하는 데 종이를 4~5분만 노출시켜도 굉장히 선명하고 푸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부득이하게 아침이나 저녁 햇빛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노출시간을 훨씬 더 길게 해야 한다. 정말 날씨 컨디션에 따라 다르고 아침, 저녁 빛으로는 30분 이상을 노출해도 연한 하늘색 이미지만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그런 햇빛은 시간에 따라 그림자가 많이 이동하므로 이미지의 선명도도 떨어진다(의도적으로 그 움직임을 기록하려는 게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 시간대이다). 빛과 노출 시간에 대한 부분은 본인이 여러 번 시도를 해보면서 감을 익히는 것이 좋다. 개인적인 경험을 참고하자면 봄 기준 보통의 맑은 날 햇빛에는 5분 내외로 노출시키는 것이 적당했다.


억새1. Cyanotype on paper(19 x 25cm). 3월 10일 오후 2시 33분부터 약 6분간 노출.

노출 당시 햇빛을 수직으로 받게 하기 위해 플랜터에 기대어 세워놨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출시키고 가만히 보면 서서히 푸른빛으로 색이 변하는 것을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4. 워싱

노출된 종이를 화장실 혹은 싱크대로 가져가자. 남아있던 연둣빛 용액이 다 빠질 때까지 흐르는 물에 종이를 씻으면(물에 담가서 씻어도 좋다) 그림자가 졌던 부분만 하얗게 남고 나머지는 푸른색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파랗지 않아서 실망할 수도 있지만 그 상태로 말리고 하루 정도 지나야 용액이 종이에 정착하면서 깊은 바다색(적절하게 노출을 시켰다면)을 띄게 된다.


2월 8일 진행한 MMS. 같은 날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른 결과를 보인다.



Cyanotype의 매력은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기도 한다. 시간, 종이의 상태, 날씨의 변화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우연적인 요소들이 많고 그 자체를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흥미로운 작업이 될 수 있다.


Recording Time - 39°57'19.3"N 75°12'02.0"W. Cyanotype on paper(5.5" x 8.5").

20년 6월 14일부터 7월 20일까지 매일 15분씩 거실과 화장실에 들어오는 빛을 기록한 작업이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거나 바람이 불어서 날아가거나 하는 걸 잊어버리거나 등의 우연이 기록된 작업.


물방울. Cyanotype on paper(5.5" x 8.5"). 종이를 아크릴 판으로 덮고 그 위에 물을 뿌려 햇빛에 노출.


오늘의 점심과 플라스틱. Cyanotype on paper(19 x 25.5cm). 4월 14일 오후 12시 39분부터 약 5분간 노출.



기본적인 Cyanotype의 과정은 끝이 났다. 본인이 원하는 재료를 가지고 마음대로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Cyanotype의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 종이가 아니라 천 재질의 다른 무언가여도 좋고 여러 종류의 색이 들어간 Fabric에 해봐도 좋다(심지어는 계란 껍데기 안쪽에 하얀 막에 작업을 한 사람도 있다). 네거티브 사진을 직접 만들어서 Cyanotype에 이용하는 방법이나 Bleaching, Toning 등의 Cyanotype 이후에 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법들은 추후에 2편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날씨가 좋은 날 Cyanotype을 하러 밖에 나가 빛을 쬐는 10분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일상에 조금의 즐거움을 더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 글을 쓰는 데에는 필자의 경험과 아래 참고 자료들이 큰 도움이 됐다.


Book

- Fabbri, Malin, and Gary Fabbri. Blueprint to Cyanotypes: Exploring a Historical Alternative Photographic Process. AlternativePhotography.com, 2014.


Website

- https://mpaulphotography.wordpress.com/2011/04/01/cyanotype-toning-the-basics/

- https://en.wikipedia.org/wiki/Cyanotype




*사이아노타입 혹은 시아노타입으로 발음한다. (CMYK의 그 Cyan이 맞다)

**Photographs of British Algae: Cyanotype Impressions(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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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LD

The act of cooking is questioning.


Note: 이 글은 2021.03.08 월요일 아침에 진행한 MMS 에 대한 기록이다.


이해인


버터를 손수 만들어보자.

weed butter

PHOTO BY ALEX LAU, FOOD STYLING BY REBECCA JURKEVICH, PROP STYLING BY KALEN KAMINSKI

IMAGE SOURCE: https://www.bonappetit.com/story/a-beginners-guide-to-making-weed-butter


위의 사진은 마약버터 (계속 손이 간다는 의미의 마약이 아니라 real marijuana) 만들기 가이드에 올라와 있는 사진이나, 오늘 우리가 만들어본 것은 우유로만 만들어진 순수 버터다.

CHART OF MILK PRODUCTS AND PRODUCTION RELATIONSHIPS, INCLUDING MILK

IMAGE SOURCE: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ilkproducts.svg


위의 차트는 원유로부터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유제품, 그리고 생산 과정의 관계를 보여준다. 우유지방모음이 버터다. 그냥 생크림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sweet cream butter 로, 발효 과정을 거쳐 약간의 산미와 풍미가 가해지는 cultured butter보다 더 우유 자체의 맛이 느껴지는 프레시 버터다. 오늘의 MMS (Monday Morning Sharing)을 위해 미리 사둔 크림에 농축발효유를 더해 하루 정도 발효를 했다. (하루로는 부족하다.)


Mound of Butter, 1875/1885 by Antoine Vollon (b.1833)

Displayed at the National Gallery of Art

(image source: https://www.washingtonpost.com/graphics/2019/entertainment/antoine-vollon-mound-of-butter/)


각자 가져온 유리병에 발효된 크림을 조금 담고 마구 흔들어준다. 다들 각자 흔들고 있느라 찍은 사진이 없어 아래 GIF로 대신한다.

쉐킷쉐킷 짤 검색 결과

http://www.etoland.co.kr/data/daumeditor02/190420/83378015557584910.gif


인류가 버터를 만들어온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소 이전에는 양이나 염소 젖으로 먼저 만들어졌다고 한다. 원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우유에서 크림 층을 분리해낸 뒤 될 때까지 물리적인 충격을 가해 emulsion 상태인 우유에서 지방끼리 뭉치게 함으로써, buttermilk 라고 하는 수분을 빼내는 과정을 거친다. 버터를 만드는 일은 늘 고된 노역 중 하나였던지, 버터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그림이 많이 남아있다. 의외로 버터가 우리나라에도 고려시대부터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고, 버터 만드는 일을 하면 군이 면제되기 때문에 위장전입이 기승을 부려 세종이 수유(酥油=버터) 생산을 금지했다는 재밌는 이야기도 있다.

Butter Made in a Barn, Dutch painting by Jan Spanjaert

http://www.lempertz-online.de/


병 안에서 흔들리는 크림은 곧 생크림처럼 두꺼워지고, 더 이상 뭔가 흔들리지 않는 것같은 불신 단계를 지나고 나면 buttermilk가 찰랑거리는 소리가 갑자기 들리기 시작한다. 쌀뜨물 비슷해보이는 buttermilk는 쌀뜨물만큼 쏠쏠한 쓰임새가 있어 따로 모아놔도 좋다.

흔들어 만든 지방 덩어리를 한데 모아 buttermilk를 거른다. 얼음물에 몇 번 씻어내면서 덩어리 속에 남아있는 buttermilk도 짜내고, 온도를 낮추어 버터를 조금씩 굳혀가는게 좋다.


버터의 색깔은 우유보다 조금 노란데, 이는 소가 먹는 풀에 함유된 beta-carotene 때문이다. 우유의 상태일 때는 희뿌옇게 떠있어 드러나지 않다가 fat이 뭉치면서 그 색이 더 확연히 나타난다. 단, 풀이 아닌 사료를 먹은 소의 우유는 beta-carotene 함량이 적어서 더 흰색을 띈다. 그래서 여름 버터와 겨울 버터는 성분과 색이 조금 다른게 정상인데, 현대에는 사료를 먹이는 경우가 많아 어차피 beta-carotene이나 다른 색소를 첨가해서 비슷한 색깔을 낸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의 버터는 대체로 유럽 버터에 비해 하얗다.


마켓컬리의 동물복지우유

http://www.kurly.com


낙농제품 뿐 아니라,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식품은 여러 단계를 거쳐 가공되고 상품화되어 마치 공산품처럼 말끔한 형태로 판매된다.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보니, 이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잘 모른다. 마켓컬리가 내놓은 동물복지 우유를 자주 먹는데, 매번 살 때마다 마치 1등급 원유로만 만든다는 광고 카피가 등장했을 때 '그럼 내가 지금까지 먹던 것은 2등급일 수도 있던 것인가' 생각이 스쳤던 기시감이 느껴진다. 동물복지 우유를 만드는 소 말고는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33m2면 바닥이 모두 똥으로 덮혀있기는 힘든 사이즈라는 생각에 조금 안도감이 드는 한편, 우리나라처럼 작은 땅에서 33m2를 차지하는 아이들이 많을 수 없겠지 생각한다.


'몸을 죽이는 자본주의의 밥상 (What the Health, 2017)' 이라는 다큐멘터리는 현대인의 축산,낙농식품 섭취량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류의 약 70%가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는 마당에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걸어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수퍼 호르몬물'을 인간이 이렇게 많이 먹어야만 하는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 고기와 우유는 1) 몸에도 그닥 좋지 않고, 2) 생산과정에서 엄청나게 환경을 파괴하고, 3) 상당히 잔인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음식은 지극히 문화적인 산물이다. 추구하는 바에 따라 충분히 선택이 가능하다. 내 입맛이란 것도 어쩌다 이렇게 길들여진 것이지,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원초적으로 탐하여 나를 이롭게하는 신성한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창간호가 나온 <물결>이라는 동물해방 잡지에서, 발간인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백만 비건 양병설'을 주장한다. 오천만 국민이 모두 비건이 되는 날을 상상하긴 힘들다. 불가능한 과업 같아서 좌절하기 쉽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혁명은 인구의 2~3.5%가 바뀌면 발생했다. 사회과학에서 이처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충분한 대중의 숫자를 '크리티컬 매스'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그게 100만에서 175만이다. 1919년 삼일운동, 1987 민중항쟁, 2016년 촛불 혁명 때 경험했다. 비건 백만 명이 생기면, 대한민국은 본질적으로 바뀔 것이다. 나는 이 목표가 굉장히 현실적이며,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비건이 급증하면서 전체 인구의 1%를 넘어셨다. 한국도 할 수 있다.뭐든지 늦게 시작해서 그렇지 한국은 일단 바뀌기 시작하면 빨리 바뀐다. 비거니즘의 목표는 동물해방이다.


나는 왜 이 잡지를 내나?

전범선


내가 비거니즘을 지향하고 있지는 않으나, 우리가 그저 모른척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널리 알리고, 사회에 필요한 변화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희망찬 글에 깊이 공감한다.


너 지금 회사에서 사람들이랑 같이 버터 만들자고 하면서 무슨 말을 하는거냐


고 남편이 물었다. 이 이야기도 교대이층집에서 항정살을 먹으면서 나누었다. 아마도 내가 지금은 스스로 가지고 있는 인지부조화, 언행불일치를 막 인식하고 있는 단계여서 그런 것 같다. 알면서 먹는게 더 잔인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알아가면서 확실히 조금씩 변하고 있다. 버터 하나를 먹더라도, 빨래비누처럼 생긴 노란 고체를 (어떤 회사가 팔고 싶은 양 만큼) 사와서 먹다가 남으면 냉장고 냄새에 푹 절여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재밌게 만들어서 소중히 유난떨며 먹으면 더 맛있다. 원래 요리란, 내가 만들면 다 맛있다. 요리를 하다보면 과정과 재료에 관심을 갖게 되고, 생각보다 세상 많은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버터나 치즈에도 와인처럼 떼루아 terroir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지금처럼 제3세계의 늘어난 우유 소비를 싸게 충당하기 위해 네덜란드 젖소 여물을 남미에서 기르고 화석연료를 태워 운송하기 좋은 가루우유 (분유)를 만드는 왜곡된 자본주의적 소비가 아니라면 그럴수도. 오늘 그런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냉장고에 너무 오래 식혀두어 버터 덩어리가 행주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다식틀에 찍어도 보다가 이내 유리 용기에 담았다.




The act of cooking is questioning. Why do we need to eat? What do we want to eat? Where does the food come from? How did it grow? How do we eat - together or alone? What is the meaning of sharing? The meaning of hunger? These questions generate and navigate us. They form us. How will we commit?


Asako Iwama and Lauren Mauer

from <The Body is a Small Universe>, Studio Olafur Eliasson: The Kitchen





P.S.

Food Wishes: https://www.youtube.com/watch?v=6tBXlictR8s Bon Appétit: https://www.youtube.com/watch?v=PsNFUDweoX4

小高姐的 Magic Ingredients: https://www.youtube.com/watch?v=GBecgW3WSfc

Joshua Weissman: https://www.youtube.com/watch?v=4RK67gc6B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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