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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출퇴근 길에 만났던 거대한 나무들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그 나무들이 심긴 것은 1984년에서 1985년 사이의 일이니까 나무들의 나이는 아무리 적어도 36년이다. 36년 동안, 한 자리에서 자라온 나무들의 죽음.


플라타너스라고도 불리는 양버즘나무는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다. 어린 시절, 가끔 친척 집을 찾아 서울에 올라온 나에게 이 도시의 인상을 결정지은 것 역시 양버즘나무였다. 키가 얼마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던 거대한 나무.


양버즘나무는 속성수이면서도 생명력이 아주 강한 나무다. 맹아력, 싹을 트는 힘이 아주 강한 이 나무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강전정을 당하고서도 새순을 올려보낸다. 지상부가 완전히 잘려도, 뿌리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뜻이다.


10월 28일의 비극이 있고 난 뒤로 며칠간 나무들이 잘린 쪽을 지날 때마다 마음속으로 나무들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러나, 나무들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 순간, 슬퍼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땅속에서 양분을 찾는 뿌리는 봄이 오면 다시 새순을 올려보낼 것이다. 그렇다. 아직 우리들은,

작별하지 않는다1.



2021년 11월


*한강의 장편소설「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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