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ping into the Cyanotype world
Note: 이 글은 2021.02.08 월요일 아침에 진행한 MMS 에 대한 (때늦은) 기록, 요약 및 보완이다.
윤병두
04.15 한가로운 오후 사무실. Cyanotype on paper(19 x 25.5cm). 4월 19일 오후 12시 40분부터 약 5분간 노출.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Cyanotype*은 생소하지만 청사진(혹은 Blueprint)은 익숙하게 들릴 것이다. 청사진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계획이나 구상'으로 풀이되는데 그 어원은 실제 건축 도면 등을 복사하던 방법에 있다. 청사진법(cyanotype or blueprint)은 현대의 복사기와 같은 장비가 없던 19세기에 John Herschel에 의해 고안된 인화법이다. 당시에는 사진의 선구자들 사이에서 이미지를 보다 완벽하게 기록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많은 방법들이 실험되고 버려졌는데 과정이 너무 느리거나 비용이 많이 들거나 혹은 위험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청사진법은 그중에서 쉽고 빠르며 무엇보다 저렴하게 인화가 가능한 방법이었지만 결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 전체가 푸른색이었기 때문에 보다 완벽한 흑백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했던 당시 대부분의 사진가들 사이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점들로 인해 Cyanotype은 건축 등의 도면을 복제하는데 쓰이다가 현대에 와서는 일부 예술가들에 의해 사용되는 등 그 쓰임을 달리하며 명맥을 유지해왔다. 영국의 식물학자이자 사진가인 Anna Atkins는 그녀가 수집하거나 다른 아마추어 과학자들에게 받은 해조류 연구 표본들을 Cyanotype으로 만들어서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Anna Atkins의 Photographs of British Algae: Cyanotype Impressions 중 일부. 현재는 뉴욕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
보관되어 있다. Image source: https://www.ai-ap.com/publications/article/24453/anna-atkins-cyanotypes-at-nypl.html
간략한 역사를 살펴보았으니 본격적으로 Cyanotype을 어떻게 만드는지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기본적인 원리는 특정 용액을 종이에 발라 빛에 노출시켜 일어나는 산화 반응을 통해 이미지를 얻는 것이다. 여기서 특정 용액의 화학식이 뭐고 어떻게 빛에 반응하는지 등의 설명은 아무도 관심이 없을 듯하니 그만두고 간단한 다이어그램으로 대체하겠다. (구글에 검색하면 설명이 잘 나와있고 필자가 글을 쓰는데 참고한 서적을 기재해 놓을 테니 찾아봐도 좋지만 번역본이 없는 영문이라는 건 함정)
빛에 노출된 부분은 산화반응을 일으켜 푸른색으로 변하고 물체의 그림자가 진 부분은 하얗게 남는다.
아마 위 이미지들을 보고 매료된 여러분은 어서 빨리 Cyanotype을 만들어보고 싶을 것이다. 과정이 생각보다 간단하고 재료도 매우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 자 여기 네이버 쇼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 있다.
첫 번째로 용액 키트. 네이버 쇼핑 검색 당시 17,000원에 구매 가능했다(21년 5월 10일 기준). 꼭 상단의 이미지와 똑같은 키트를 살 필요는 없다. 저 키트는 해외 직구를 해야 하는데 배송비가 더 비싸서 약 5-7만 원가량 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용액은 어차피 다 똑같으니 흰색 통에 들어있는 17,000원짜리를 구매하자. 두 번째로 용액을 바를 수 있는 브러시가 필요한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아무 브러시나 상관없다. 폼 브러시여도 괜찮고 일반 붓이라도 괜찮다. 다만 목이나 손잡이가 금속으로 된 것들은 용액과 반응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마지막으로 용액을 바를 종이가 필요한데 일반 스케치 노트부터 고급 수채화 종이까지 정말 다양하게(본인이 원하는 대로) 사용하면 된다.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가격이 저렴한 스케치북 등으로 연습을 해보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두께감이 있는 수채화 종이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재료를 구비한 여러분은 이제 Cyanotype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게 됐다. 먼저 각자 구입한 용액 키트를 꺼내보자. 각각 A 타입, B 타입이라고 적힌 용기 2개가 있을 텐데 액체가 들어있을 것 같이 생겼지만 사실은 안에 가루밖에 없다. 물을 각각의 용기에 채워주고 내용물이 잘 섞이도록 흔들어주자(가득 채우면 잘 안 섞일 수 있으니 95% 정도만 채우자). 이 상태에서 24시간 동안 숙성 시켜 놓는 것이 좋다고 설명에 나와있을 것이다. 대충 24시간이 지났다고 하고 준비했던 종이에 용액을 바를 차례가 되었다. 먼저 두 가지 용액을 1:1 비율로 섞을 수 있는 컨테이너가 필요한데 쓰지 않는 적당한 크기의 용기 아무거나 가져오면 된다(다만, 금속제는 용액과 반응할 수 있으니 플라스틱 등이 좋겠다). 필자가 사용해본 결과 용액 키트 뚜껑에 한번 가득 채워서 섞은 양으로 A4 크기의 종이 4~5개 정도 바를 수 있었으니 참고해서 양을 조절하길 바란다.
주의! 용액을 종이에 바르는 작업 시 강한 햇빛에 직접 노출되면 안 되므로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실내에서 하는 것을 권장한다
UV light에도 반응을 할 수 있으니 약한 전등 밑 혹은 어두운 환경에서 작업을 하는 게 제일 좋다
2월 8일 진행한 MMS 당시 사진. 종이에 용액을 바르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바를 때의 용액은 노란색과 연두색 사이 어딘가의 색을 발한다.
1. 코팅
브러시 에 용액을 묻혀 슥슥싹싹 빠르게 종이에 발라주자. 주의해야 할 점은 종이의 모든 면에 골고루 얇게 펴 발라야 한다는 것이다. 종이가 용액을 흡수하면 휘기 시작하는데 이때 제대로 펴 바르지 않으면 용액이 흐르면서 종이 끝부분에 뭉치거나 자국을 남길 수 있다(그런 효과를 일부러 주고 싶으면 놔두어도 괜찮다). 브러시를 사용하지 않고 종이를 용액이 담긴 컨테이너에 넣고 적셔서 코팅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균일하게 코팅이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종이 앞뒤로 코팅이 되기 때문에 용액을 많이 쓰게 된다.
2. 건조
종이가 코팅이 되면 건조를 시켜야 하는데 햇빛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반응을 하기 때문에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암실에서 건조해야 한다. 빛을 차단할 수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검은 비닐봉지에 넣거나 서랍 같은 곳에 넣어 말려도 괜찮다. 건조되기까지 기다리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한 가지 팁은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필자도 기다리기 귀찮아서 그냥 헤어드라이기로 말려서 사용해봤는데 결과물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다만 강한 바람으로 종이 위에 용액이 흐르는 자국이 남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서 말리자. 다 말린 종이는 보통 노란색이 살짝 섞인 녹색 빛이 돈다. 건조한 종이를 바로 쓸 필요는 없다. 서랍에 보관해 두었다가 일주일 뒤에 써도 되고 두 달 뒤에 써도 되지만 그 사이에 산화 반응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최적의 결과를 얻고자 하면 바로 사용하는 게 좋다.
3. 노출
사실 가장 중요한 재료를 소개하는 것을 깜빡했다. 바로 종이를 빛에 노출시킬 때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물체이다. 결국에는 그림자가 이미지를 만들기 때문에 어떤 재료를 쓸 것인지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Anna Atkins처럼 식물이 될 수도 있고 집에 돌아다니는 아무 물건이 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가져와서 다 해보길 권장한다. 그래야 어떤 물체가 어떻게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빛을 얼마만큼 통과시키는지 실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최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휴지를 추천한다. 의외로 휴지가 정말 예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그 사이에 건조가 다 된 종이는 이제 아름다운 Cyanotype을 만들 준비가 된 것 같다. 어느 화창한 날, 그림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물체와 잔뜩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있는 종이를 검은 비닐봉지 넣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자.
2월 8일 진행한 MMS 당시 사진. 정말 여러가지 재료가 될 수 있다. 맨 오른쪽은 귤 껍질이다.
빛이 실내로 강하게 들어온다면 나가지 않아도 괜찮지만 확실하게 선명한 이미지를 얻고 싶으면 햇빛을 직접 받는 것이 좋다. 보통 화창한 날 12시~3시 사이의 강한 햇빛을 추천하는 데 종이를 4~5분만 노출시켜도 굉장히 선명하고 푸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부득이하게 아침이나 저녁 햇빛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노출시간을 훨씬 더 길게 해야 한다. 정말 날씨 컨디션에 따라 다르고 아침, 저녁 빛으로는 30분 이상을 노출해도 연한 하늘색 이미지만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그런 햇빛은 시간에 따라 그림자가 많이 이동하므로 이미지의 선명도도 떨어진다(의도적으로 그 움직임을 기록하려는 게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 시간대이다). 빛과 노출 시간에 대한 부분은 본인이 여러 번 시도를 해보면서 감을 익히는 것이 좋다. 개인적인 경험을 참고하자면 봄 기준 보통의 맑은 날 햇빛에는 5분 내외로 노출시키는 것이 적당했다.
억새1. Cyanotype on paper(19 x 25cm). 3월 10일 오후 2시 33분부터 약 6분간 노출.
노출 당시 햇빛을 수직으로 받게 하기 위해 플랜터에 기대어 세워놨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출시키고 가만히 보면 서서히 푸른빛으로 색이 변하는 것을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4. 워싱
노출된 종이를 화장실 혹은 싱크대로 가져가자. 남아있던 연둣빛 용액이 다 빠질 때까지 흐르는 물에 종이를 씻으면(물에 담가서 씻어도 좋다) 그림자가 졌던 부분만 하얗게 남고 나머지는 푸른색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파랗지 않아서 실망할 수도 있지만 그 상태로 말리고 하루 정도 지나야 용액이 종이에 정착하면서 깊은 바다색(적절하게 노출을 시켰다면)을 띄게 된다.
2월 8일 진행한 MMS. 같은 날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른 결과를 보인다.
Cyanotype의 매력은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기도 한다. 시간, 종이의 상태, 날씨의 변화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우연적인 요소들이 많고 그 자체를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흥미로운 작업이 될 수 있다.
Recording Time - 39°57'19.3"N 75°12'02.0"W. Cyanotype on paper(5.5" x 8.5").
20년 6월 14일부터 7월 20일까지 매일 15분씩 거실과 화장실에 들어오는 빛을 기록한 작업이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거나 바람이 불어서 날아가거나 하는 걸 잊어버리거나 등의 우연이 기록된 작업.
물방울. Cyanotype on paper(5.5" x 8.5"). 종이를 아크릴 판으로 덮고 그 위에 물을 뿌려 햇빛에 노출.
오늘의 점심과 플라스틱. Cyanotype on paper(19 x 25.5cm). 4월 14일 오후 12시 39분부터 약 5분간 노출.
기본적인 Cyanotype의 과정은 끝이 났다. 본인이 원하는 재료를 가지고 마음대로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Cyanotype의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 종이가 아니라 천 재질의 다른 무언가여도 좋고 여러 종류의 색이 들어간 Fabric에 해봐도 좋다(심지어는 계란 껍데기 안쪽에 하얀 막에 작업을 한 사람도 있다). 네거티브 사진을 직접 만들어서 Cyanotype에 이용하는 방법이나 Bleaching, Toning 등의 Cyanotype 이후에 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법들은 추후에 2편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날씨가 좋은 날 Cyanotype을 하러 밖에 나가 빛을 쬐는 10분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일상에 조금의 즐거움을 더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 글을 쓰는 데에는 필자의 경험과 아래 참고 자료들이 큰 도움이 됐다.
Book
- Fabbri, Malin, and Gary Fabbri. Blueprint to Cyanotypes: Exploring a Historical Alternative Photographic Process. AlternativePhotography.com, 2014.
Website
- https://mpaulphotography.wordpress.com/2011/04/01/cyanotype-toning-the-basics/
- https://en.wikipedia.org/wiki/Cyanotype
*사이아노타입 혹은 시아노타입으로 발음한다. (CMYK의 그 Cyan이 맞다)
**Photographs of British Algae: Cyanotype Impressions(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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