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t Butter?
The act of cooking is questioning.
Note: 이 글은 2021.03.08 월요일 아침에 진행한 MMS 에 대한 기록이다.
이해인
버터를 손수 만들어보자.

PHOTO BY ALEX LAU, FOOD STYLING BY REBECCA JURKEVICH, PROP STYLING BY KALEN KAMINSKI
IMAGE SOURCE: https://www.bonappetit.com/story/a-beginners-guide-to-making-weed-butter
위의 사진은 마약버터 (계속 손이 간다는 의미의 마약이 아니라 real marijuana) 만들기 가이드에 올라와 있는 사진이나, 오늘 우리가 만들어본 것은 우유로만 만들어진 순수 버터다.

CHART OF MILK PRODUCTS AND PRODUCTION RELATIONSHIPS, INCLUDING MILK
IMAGE SOURCE: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ilkproducts.svg
위의 차트는 원유로부터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유제품, 그리고 생산 과정의 관계를 보여준다. 우유지방모음이 버터다. 그냥 생크림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sweet cream butter 로, 발효 과정을 거쳐 약간의 산미와 풍미가 가해지는 cultured butter보다 더 우유 자체의 맛이 느껴지는 프레시 버터다. 오늘의 MMS (Monday Morning Sharing)을 위해 미리 사둔 크림에 농축발효유를 더해 하루 정도 발효를 했다. (하루로는 부족하다.)

Mound of Butter, 1875/1885 by Antoine Vollon (b.1833)
Displayed at the National Gallery of Art
(image source: https://www.washingtonpost.com/graphics/2019/entertainment/antoine-vollon-mound-of-butter/)
각자 가져온 유리병에 발효된 크림을 조금 담고 마구 흔들어준다. 다들 각자 흔들고 있느라 찍은 사진이 없어 아래 GIF로 대신한다.

쉐킷쉐킷 짤 검색 결과
http://www.etoland.co.kr/data/daumeditor02/190420/83378015557584910.gif
인류가 버터를 만들어온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소 이전에는 양이나 염소 젖으로 먼저 만들어졌다고 한다. 원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우유에서 크림 층을 분리해낸 뒤 될 때까지 물리적인 충격을 가해 emulsion 상태인 우유에서 지방끼리 뭉치게 함으로써, buttermilk 라고 하는 수분을 빼내는 과정을 거친다. 버터를 만드는 일은 늘 고된 노역 중 하나였던지, 버터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그림이 많이 남아있다. 의외로 버터가 우리나라에도 고려시대부터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고, 버터 만드는 일을 하면 군이 면제되기 때문에 위장전입이 기승을 부려 세종이 수유(酥油=버터) 생산을 금지했다는 재밌는 이야기도 있다.

Butter Made in a Barn, Dutch painting by Jan Spanjaert
http://www.lempertz-online.de/
병 안에서 흔들리는 크림은 곧 생크림처럼 두꺼워지고, 더 이상 뭔가 흔들리지 않는 것같은 불신 단계를 지나고 나면 buttermilk가 찰랑거리는 소리가 갑자기 들리기 시작한다. 쌀뜨물 비슷해보이는 buttermilk는 쌀뜨물만큼 쏠쏠한 쓰임새가 있어 따로 모아놔도 좋다.
흔들어 만든 지방 덩어리를 한데 모아 buttermilk를 거른다. 얼음물에 몇 번 씻어내면서 덩어리 속에 남아있는 buttermilk도 짜내고, 온도를 낮추어 버터를 조금씩 굳혀가는게 좋다.
버터의 색깔은 우유보다 조금 노란데, 이는 소가 먹는 풀에 함유된 beta-carotene 때문이다. 우유의 상태일 때는 희뿌옇게 떠있어 드러나지 않다가 fat이 뭉치면서 그 색이 더 확연히 나타난다. 단, 풀이 아닌 사료를 먹은 소의 우유는 beta-carotene 함량이 적어서 더 흰색을 띈다. 그래서 여름 버터와 겨울 버터는 성분과 색이 조금 다른게 정상인데, 현대에는 사료를 먹이는 경우가 많아 어차피 beta-carotene이나 다른 색소를 첨가해서 비슷한 색깔을 낸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의 버터는 대체로 유럽 버터에 비해 하얗다.

마켓컬리의 동물복지우유
http://www.kurly.com
낙농제품 뿐 아니라,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식품은 여러 단계를 거쳐 가공되고 상품화되어 마치 공산품처럼 말끔한 형태로 판매된다.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보니, 이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잘 모른다. 마켓컬리가 내놓은 동물복지 우유를 자주 먹는데, 매번 살 때마다 마치 1등급 원유로만 만든다는 광고 카피가 등장했을 때 '그럼 내가 지금까지 먹던 것은 2등급일 수도 있던 것인가' 생각이 스쳤던 기시감이 느껴진다. 동물복지 우유를 만드는 소 말고는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33m2면 바닥이 모두 똥으로 덮혀있기는 힘든 사이즈라는 생각에 조금 안도감이 드는 한편, 우리나라처럼 작은 땅에서 33m2를 차지하는 아이들이 많을 수 없겠지 생각한다.
'몸을 죽이는 자본주의의 밥상 (What the Health, 2017)' 이라는 다큐멘터리는 현대인의 축산,낙농식품 섭취량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류의 약 70%가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는 마당에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걸어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수퍼 호르몬물'을 인간이 이렇게 많이 먹어야만 하는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 고기와 우유는 1) 몸에도 그닥 좋지 않고, 2) 생산과정에서 엄청나게 환경을 파괴하고, 3) 상당히 잔인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음식은 지극히 문화적인 산물이다. 추구하는 바에 따라 충분히 선택이 가능하다. 내 입맛이란 것도 어쩌다 이렇게 길들여진 것이지,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원초적으로 탐하여 나를 이롭게하는 신성한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창간호가 나온 <물결>이라는 동물해방 잡지에서, 발간인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백만 비건 양병설'을 주장한다. 오천만 국민이 모두 비건이 되는 날을 상상하긴 힘들다. 불가능한 과업 같아서 좌절하기 쉽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혁명은 인구의 2~3.5%가 바뀌면 발생했다. 사회과학에서 이처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충분한 대중의 숫자를 '크리티컬 매스'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그게 100만에서 175만이다. 1919년 삼일운동, 1987 민중항쟁, 2016년 촛불 혁명 때 경험했다. 비건 백만 명이 생기면, 대한민국은 본질적으로 바뀔 것이다. 나는 이 목표가 굉장히 현실적이며,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비건이 급증하면서 전체 인구의 1%를 넘어셨다. 한국도 할 수 있다.뭐든지 늦게 시작해서 그렇지 한국은 일단 바뀌기 시작하면 빨리 바뀐다. 비거니즘의 목표는 동물해방이다.
나는 왜 이 잡지를 내나?
전범선
내가 비거니즘을 지향하고 있지는 않으나, 우리가 그저 모른척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널리 알리고, 사회에 필요한 변화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희망찬 글에 깊이 공감한다.
너 지금 회사에서 사람들이랑 같이 버터 만들자고 하면서 무슨 말을 하는거냐
고 남편이 물었다. 이 이야기도 교대이층집에서 항정살을 먹으면서 나누었다. 아마도 내가 지금은 스스로 가지고 있는 인지부조화, 언행불일치를 막 인식하고 있는 단계여서 그런 것 같다. 알면서 먹는게 더 잔인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알아가면서 확실히 조금씩 변하고 있다. 버터 하나를 먹더라도, 빨래비누처럼 생긴 노란 고체를 (어떤 회사가 팔고 싶은 양 만큼) 사와서 먹다가 남으면 냉장고 냄새에 푹 절여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재밌게 만들어서 소중히 유난떨며 먹으면 더 맛있다. 원래 요리란, 내가 만들면 다 맛있다. 요리를 하다보면 과정과 재료에 관심을 갖게 되고, 생각보다 세상 많은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버터나 치즈에도 와인처럼 떼루아 terroir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지금처럼 제3세계의 늘어난 우유 소비를 싸게 충당하기 위해 네덜란드 젖소 여물을 남미에서 기르고 화석연료를 태워 운송하기 좋은 가루우유 (분유)를 만드는 왜곡된 자본주의적 소비가 아니라면 그럴수도. 오늘 그런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냉장고에 너무 오래 식혀두어 버터 덩어리가 행주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다식틀에 찍어도 보다가 이내 유리 용기에 담았다.
The act of cooking is questioning. Why do we need to eat? What do we want to eat? Where does the food come from? How did it grow? How do we eat - together or alone? What is the meaning of sharing? The meaning of hunger? These questions generate and navigate us. They form us. How will we commit?
Asako Iwama and Lauren Mauer
from <The Body is a Small Universe>, Studio Olafur Eliasson: The Kitchen
P.S.
Food Wishes: https://www.youtube.com/watch?v=6tBXlictR8s Bon Appétit: https://www.youtube.com/watch?v=PsNFUDweoX4
小高姐的 Magic Ingredients: https://www.youtube.com/watch?v=GBecgW3WSfc
Joshua Weissman: https://www.youtube.com/watch?v=4RK67gc6B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