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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자리(Sagina japonica)에 대한 짧은 관찰기



*'짧은 관찰기' 시리즈에서는 자생지에서 촬영한 식물의 사진과 함께 해당 식물의 식물사회학적 특징을 소개합니다. 이에 기반하여 해당 식물을 외부공간에 적용한 사례를 함께 소개합니다. 개미자리에 대한 식물학적, 식물사회학적 정보는 김종원 교수의 「한국식물생태보감 1권」에서 참조하였습니다.



2021년 5월 5일 오전 8시, 강남구 개포동 1247-4에 위치한 건물 주차장에서 촬영한 개미자리의 모습. 콘크리트 담의 바로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발에 덜 채이기 때문에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다.
위와 동일한 장소, 동일한 시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개미자리는 흙이 거의 없어보이는 곳이더라도 잘 살아간다(믿기지 않게도!). 그래서 개미자리는 도시생태계의 생물학적 사막을 가늠하는 진단종이라고 한다.

위와 동일한 장소, 동일한 시간대에 발견한 은이끼(추정)와 개미자리 유묘. 개미자리는 도시의 온갖 틈새에서 종종 은이끼와 함께 발견된다. 이러한 식물사회를 개미자리-은이끼 군집이라고 한다. 은이끼가 선구자로서 개척한 곳에 뒤따라서 개미자리가 들어선다고 한다.

김종원 교수는 개미자리-은이끼 군집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새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틈바구니가 있다면, 그 곳은 화산폭발로 새롭게 만들어진 용암바위보다 더욱 험악한 환경이다. 아무 것도 없고, 쉽게 생명이 깃들지 못하는 황무지다. 한 줌의 흙도 없으며, 생명의 징후를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그러나 아파트 입주민의 신발창에 묻어온 흙 알갱이와 먼지는 콘크리트 틈새를 메우고도 남는다. 그렇게 옮겨온 흙을 환산해 보면, 낙동강 물막이 공사로 한 달 동안 실어나는 대형 덤프트럭의 흙더미보다 많은 양이다. 틈바구니를 메우고도 남는다. 은이끼가 정착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흙 속 자양분 또한 풍요롭다.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묻혀온 흙이란 것은 질소와 인이 풍부한 부영양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드물게 음식찌꺼기 같은 유기물로 범벅이 된 흙을 뒤집어 쓰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면 은이끼는 단숨에 시멘트 틈새를 가득 채우는 군락을 만들게 된다. 은이끼 양탄자가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개미자리가 자리를 잡는다. 간혹 질경이나 새포아풀이 비집고 들어오지만 틈새가 너무 좁아 개미자리 이외는 살기가 어렵다.'



2021년 5월 15일 오전 11시 대치동949-7. 개미자리가 괭이밥, 새포아풀과 함께 자라고 있다. 털 같은 것은 대부분 양버즘나무의 씨앗.

2021년 5월 17일 오후 삼성동 어딘가. 애기땅빈대(사진 중앙, 대생하는 잎을 가진 식물)와 개미자리, 은이끼가 자라고 있다. 애기땅빈대는 북미에서 온 신귀화식물로 도시의 교란된 서식처에서도 잘 자란다.


2021년 5월 18일 오후 2시. 하얗고 작은 꽃이 핀다. 꽃은 봄에 피기 시작해 여름까지 이어진다.


개미자리와 개미. 김종원 박사에 따르면 개미자리의 종자는 고단위 식물성 단백질을 제공하는 에너지 원천으로 블록 틈에서 사는 개미들은 개미자리의 열매를 수확하러 다닌다고 한다.



서울식물원의 한 정원에 개미자리를 적용한 모습. 개미자리는 정원식물로서도 아주 든든한 식물이다. 한 자리에서 오랜 기간 동안 작고 하얀 꽃을 피운다. 과습이 되지 않게 주의하도록 한다.


토끼풀과 개미자리.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런 관계에서 번식력이 강한 토끼풀에 개미자리는 곧 정복당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선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개미자리와 토끼풀 사이 굵은마사가 뿌려진 곳은 그 밑으로 쇄석이 20cm 정도 포설된 배수로로 비가 올때만 간혹 물이 차는 곳이다. 흙이 거의 없는 이러한 곳은 다른 식물들에게는 극한의 환경이지만 개미자리에게는 최적의 입지다. 그래서 어쩌면, 이 둘은 생각보다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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